철학

[신경생물학과 인간의 자유], 존 설, 강신욱, 궁리, 2010, (140614).

바람과 술 2014. 6. 14. 23:07

머리말


01 철학, 그리고 기본적 사실


기본적 사실과 인간이 스스로에 대해 갖고 있는 특정한 관념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인간이 자신을 파악하는 시각 중 일부는 문화적 유산에 기인하지만 그 대부분은 사실 경험으로부터 얻어진다. 우리는 스스로를 의식과 자유의지를 가진, 지향적·합리적·사회적·제도적·정치적·언어적·윤리적 존재라고 여긴다. 이제 문제는, 의식을 가지고 있고 의미를 생산해내며 자유롭고 합리적인 존재처럼 여겨지는 우리의 자아상과, 마음이나 의미나 자유나 합리성 따위는 전혀 가지고 있을 것 같지 않은 냉혹한 물질입자로만 구성된 우주라는 존재를 어떻게 양립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의식


항상 그런 것은 아니나 의식적 상태는 대체로 지향(intentionality)을 가진다. 


지향성


철학자나 심리학자가 '지향성'이라는 말을 쓸 때 그들이 의중에 두고 있는 것은, 어떤 형태의 정향성(directedness) 내지 관함(aboutness)의 의미이다. 인간을 비롯한 사회적 동물에게 발견되는 특별한 종류의 지향성으로서 '집단 지향성'이라고 내가 명명한 것이 있는데,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며 공통의 지향성을 공유하는 경우에서 드러나는 지향성이다. 


언어


의식이나 지향성처럼 다른 종의 동물과 공유하는 특성 외에 인간에게는 문장이나 발화를 통해 의미라고 하는 파생된 형태의 지향성을 만들어내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합리성


만약 어떤 동물이 의식이나 지향성 그리고 언어를 가지고 있다면 그 동물은 이미 합리성의 제약을 받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그 제약은 지향성이나 언어의 구조에 내재해 있다. 합리성이라는 것이 언어나 마음에 보태질 수 있는 어떤 독립된 실체로서의 능력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지향성이나 언어 속에 내재해 있는 구조적 특성으로서, 지향적 상태나 언어행위 모두 합리성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제재만이 유일하게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여기는 이들이 간과하는 것은, 제재에 대한 승인 자체가 욕구 외적 행동 이유에 해당하는 선행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것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유의지


합리성에는 자유의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합리성으로 인해 차이가 만들어질 수 있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합리성이 필요로 하는 전제는, 우리가 하는 행동 모두가 인과적으로 충분한 조건에 의해 미리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의식의 구조상 자유의지를 상정하지 않고서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사회, 제도


정치


윤리학


02 철학 논제들 간의 논리적 상호 의존성


지향성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의식이 필요하다. 언어는 다시 지향성을 전제로 한다. 합리성은 언어와 지향성을 구성하는 구조적인 특질이다. 합리성과 자유의지는 개념에서의 차이는 있지만 동일한 외연을 갖는다. 제도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언어가 전제되어야 한다. 여섯 가지 현상들, 즉 의식, 지향성, 언어, 합리성, 자유의지, 사회 및 제도 등이 인간의 활동영역인 정치와 윤리에 대해 필요조건이 된다는 것은 분명히 보인다.


03 자연주의와 현대 철학


나의 주장은, 의식이나 합리성이나 언어 등에 내재해 있는 고유한 특질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이들을 자연세계의 일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04 논점 이탈 : 대안적 존재론의 거부


다음의 두 가지 모두를 나는 반대한다. 첫째, (그것이 이해되고 있는 일반적 의미에서의) 물질주의 및 그에 따르는 환원주의와 제거주의를 반대하며, 둘째, 어떤 형태로의 이원론이나 세 세계 이론에도, 그리고 자연과 기본적 사실의 보편성을 부정하는 신비화에도 반대한다. 


05 철학에서의 최근 변화들


첫째, 회의론적 인식론은 더 이상 철학에서의 중심이 아니다. 반세기 전에 비해 회의론을 더 이상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철학자들은 비트겐슈타인과 오스틴의 연구가 회의론에 대해 어느 정도 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연구는 회의론의 일정 부분 언어를 잘못 사용한 것에 기인하는 것임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회의론이 언어의 오용에서 비롯했다는 점을 언어철학적인 방법으로 밝혔다는 것에 대해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주장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회의론을 예전처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게 된 이유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이 이미 너무 많다는 것이다. 엄청나게 많은 객관적이고 확실하고 또 보편적인 지식을 우리가 갖게 되었다. 그리고 증거가 워낙 많아서 이를 의심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라는 의미에서 확실하다. 주장에 대해 증거가 뒷받침되면 이를 의심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라고 하는, 확실성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일상적 의미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얼마든지 있다. 반복하지만, 확실성은 개정 가능성 없음을 함축하지 않는다. 둘째, 회의론이 더 이상 철학의 중심에 있지 않듯이 언어철학 역시 더 이상 철학의 중심에 있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거의 한 세기 동안 언어철학은 철학의 중심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이는 철학의 제 문제가 언어학적 방법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모든 사고에는 언어가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분석철학자들 사이에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는 틀린 생각이다. 믿음, 욕구, 지각, 행동 등과 마찬가지로 언어의 언어 또한 생물학적으로 보다 기초적인 형태의 지향성이 확장된 것이며 이로부터 파생된 것으로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언어분석은 언어 이전 형식의 지향성 분석에 기초할 필요가 있다. 셋째, 철학이라는 학문은 그저 단편적인 방식으로만 탐구되고 있었다. 보편적 이론을 추구하는 것은 잘못인 양 받아들여졌으며 작고 구체적인 많은 이슈들을 보다 명확하게 만드는 것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었다. 일반 이론을 논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정초가 되는 너무나 많은 구분과 명확화의 작업이 필요했다. 큰 규모의 체계적인 철학이 이제는 가능하게 되었는데, 이에 적용될 방식은 불과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불가능에 가까우리만큼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었다. 넷째, 철학과 다른 학문을 명확하게 구분지을 수 있는 경제가 불분명해졌다. 이제 나를 포함한 많은 철학자들은 개념적 주제와 경험적 주제 간의 구분이 언제나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06 자유의지, 신경생물학, 언어, 그리고 정치권력 

 

1 신경생물학적 문제로서의 자유의지 

01 자유의지 문제


까다로운 난제는 전제에 오류가 있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종종 극복되곤 한다. 고민한 후 행동을 하는 전형적인 경우, 숙고와 결정과 행동이라는 일련의 과정 각 단계에 작용하는 원인과 각 단계의 실제 결과 사이에는 간극, 혹은 일련의 간극들이 존재한다. 이 간극들은 여러 부분으로 나뉠 수 있다. 동기와 결정 사이에 간극이 존재하며 결정과 행동의 시작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 장기간에 걸친 행동, 행동의 시작과 그 행동을 완료하기까지 지속하는 것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 이런 측면에서 의지적 행동은 지각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지각에는 의지적인 요소가 있기는 하다. 의지에 관해서는 자유의 문제가 제기되지만 지각에서는 그렇지 않은 이유이다. 내가 말하는 간극은 의식적이고 자발적인 행동에서 드러나는 특성이다. 단계마다 선행하는 의식상태가 뒤따르는 의식상태를 결정짓기에 충분한 것으로는 경험되지 않는다. 간극의 경험은 하나의 연속적인 것이지만 앞에서처럼 이를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간극은 하나의 의식 상태와 그 다음 의식상태 사이에 있는 것이지, 의식상태와 신체 움직임 사이 혹은 물리적 자극과 의식상태 사이에 있는 것은 아니다. 자유의지의 경험은 부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비결정론에 의해 우주의 기본적 구조에 도입되고 있는 것은 임의성인데, 행동이 자유롭게 형성된다는 가설과 행동이 임의적으로 발생한다는 가설은 결코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우주에 관한 이론의 가장 근본적 수준에서 결정론적이지 않은 자연현상에 대해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유의지 문제가 특정 종류의 의식에 관한 문제라는 것은 강조될 필요가 있다. 간극에 대한 의식적 경험이 없다면, 즉, 자유롭고 자발적이고 합리적인행동이 갖는 독특한 특성에 대한 의식적 경험이 없다면, 자유의지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02 의식은 어떻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가?


자유의지 문제는 특정 종류의 의식과 관련한 인과적 사실의 문제이므로, 의식이 일반적으로 몸의 움직임에 어떻게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03 합리적 설명의 구조


간극이 드러나는 행동, 즉, 자유롭고 합리적으로 내린 결정의 표출이랄 수 있는 행동에 대해 우리가 하고 있는 종류의 설명을 들여다보면 자유의지의 경험이 행위에 대한 설명의 논리적 구조 속에 반영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합리적 의사결정에 부합하는 설명이 자연현상을 기술하는 전형적인 설명과는 달리 형식에 있어서 결정론적이지 않은 이유는 한마디로 이 간극 때문이다. 인과적 설명의 일반적인 논리구조는 "사건 A가 사건 B를 유발했다"처럼 간단하다. 맥락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해당 맥락에서 A라는 사건이 B라는 사건을 일으키기에 인과적으로 충분하다고 생각되면 우리는 그 설명을 충분한 것으로서 대개 받아들인다. "행위자 S가 R이라는 이유 때문에 A를 행했다"라는 진술의 논리구조는 "A가 B를 유발했다"이기보다는 "S라는 자아가 A를 행했는데, A를 행함에 있어 S는 R이라는 이유에 근거했다"이다. 합리적 설명이 갖는 이와 같은 논리구조는 전형적인 인과적 설명의 경우와는 상당히 다르다. 이 같은 설명이 제시하고 있는 것은, 인과적으로 충분한 조건이라기보다는 행위자가 행동할 때 근거한 이유이다. 행동을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사건의 연쇄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에 더해 환원 불가능한 자아, 합리적 행위자의 존재를 상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음의 두 가지 경로를 통해 간극에 접근해볼 수 있다. 하나는 경험적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언어적인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간극 안에서 자유롭게 행동하는 존재로 경험하며, 이 경험은 행동에 대한 이유설명의 논리구조 속에 반영된다. 우리는 스스로를 합리적 행위자로서 행동한다고 여기며, 행동을 설명하는 언어적 관례에 이 간극은 반영된다. 이유설명에서 언급하는 것이 인과적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흄의 지각다발로는 이유설명의 타당성을 충분히 밝힐 수 없으므로 이유설명이 납득될 수 있는 것이기 위해서는 간극 안에서 활동하는 존재, 즉, 합리적 행위자, 자신 또는 자아의 존재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비트겐슈타인이 상기시킨 것처럼 설명은 어디에선가는 멈춰야 한다. 첫째, 자유의지 문제가 특정 형태의 인간 의식이 갖는 특질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을 보았다. 둘째, 명백히 자유로워 보이는 우리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비환원적 자아라는 개념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았다. 문제 하나를 해결하려면 다른 한 묶음의 문제를 풀어야 하곤 하는데 이는 철학이 갖는 전형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04 자유의지와 뇌


자유의지라는 것이 단순한 착각이 아니고 이 세계의 진정한 모습 중 하나라면, 그에 해당하는 신경생물학적 실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자유의지를 실현하는 뇌의 어떤 특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05 제1가설과 부수현상론


사건의 모든 원인에도 불구하고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우리에게 분명 열려 있다고 생각되는데, 이를 선택지 사이에서 마음을 정하기까지 일련의 의식적 과정을 거친다고, 그렇게 우리가 아무리 여기더라도 우리가 내리는 선택은 선행하는 신경상태에 의해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06 제2가설, 자아, 의식, 그리고 비결정론


의식이 신체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신 인과만으로는 부족하고 이에 더해서 합리적·의지적 자아에 대한 신경생물학적 설명도 할 수 있어야 한다. 


07 1장의 결론 


2 사회적 존재론과 정치권력


01 사회적 존재론


관찰자-의존적 특성과 관찰자-독립적 특성이라는 구분 외에 드 가지 구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인식적 객관성과 주관성의 구분, 그리고 존재론적 객관성과 주관성의 구분이다. 인식적 객관성과 주관성이라는 것은 주장에서 찾을 수 있는 특성들이다. 주장의 진위 여부가 주장하는 사람 또는 해석하는 사람이 감정, 태도, 선호도 등과 독립적으로 성립할 때 그 주장은 인식적 객관성을 갖는다. 한편, 존재론적 주관성이나 객관성은 실재에서 찾을 수 있는 특성들이다. 정치적 실재 거의 대부분은 관찰자 상대적이다. 따라서 이 현상들은 모두 존재론적 주관성의 요소를 지닌다. 관여하는 사람들의 주관적 태도는 관찰자 의존적 현상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하지만 존재론적 주관성 자체가 인식적 주관성을 함축하지는 않는다. 정치나 경제처럼, 실체는 존재론적으로 주관적인 것이지만 그것을 이루는 구성소에 대해서는 인식적으로 객관적인 주장을 펼 수 있는 영역도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협력을 가능케 하는 능력은 생물학적 기반을 가진 것으로서 인간을 비롯한 많은 종의 동물이 이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집단 지향성을 형성하는 능력이다. 집단지향성은 인간이나 동물이, 개체들 간에 헙력을 할 때 공유되는 형태의 지향성에서 관찰되는 현상이다. 단순한 형태의 사회적 실재나 사회적 사실은 집단 지향성만으로도 충분히 형성될 수 있다. 인간의 특성, 그 중에서도 정치적 실재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제도적 실재가 형성될 수 있기 위해서는 집단 지향성에 구체적으로 무엇이 더 추가되어야 하는가? 두 가지 요소가 더 필요한 것 같다. 첫째는 '기능부여'이고, 둘째는 '구성규칙'이라고 내가 명명한 어떤 규칙이다. 지위에는 기능이 동반되는데 그 기능은, 대상이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그 지위에 그 같은 기능이 수반된다는 것을 사회가 집단적으로 승인하는 한에서만 수행될 수 있는 종류의 것이다. 지위기능의 존재가 가능한 것임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집단 지향성과 기능부여 외에 세 번째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구성규칙이라는 개념이다. 구성규칙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사실이 단순한 물리적 사실과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봐야 한다. 물리적 사실은 인간의 제도 없이도 존재할 수 있지만 제도적 사실은 그 존재 자체가 인간에 의한 제도를 전제로 한다. 물리적인 것에서 제도적인 것으로의 이행, 그리고 이에 상응하여 물리적 기능에서 지위기능으로 이행하는 것에서의 핵심은 구성규칙으로 표명된다. 어떤 대상이 특정 지위를 가진 것으로, 또 그 지위로 인해 특정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간주하게 되는 것은 이와 같은 이행에 의해서이다. 지위기능을 부여하는 관례가 정식화되고 확립되면 비로소 구성규칙이 된다. 구성규칙이 공적으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주요하다. 왜냐하면 지위기능의 본질상 그 역할을 수행하는데 집단에 의한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단적 승인에는 제도적 사실이 인정될 수 있게끔 하는, 앞서 받아들여진 절차가 있어야 한다. 지위기능과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로 지위기능은, 그것이 긍정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간에 언제나 권력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제도적 사실을 구성하고 있는 힘은 권리, 의무, 책임, 약속, 인가, 요건, 허가, 특권 등의 문제이다. 이 같은 힘은 승인되고, 인정되고, 받아들여지는 경우에 한해서만 존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종류의 힘을 의무권력이라고 부를 것을 제한한다. 제도적 사실은 언제나 의무권력에 관한 문제이다 두 번째로 주목할 점은, 지위기능과 관련해서 언어와 기호가 현상을 기술하는 기능에 머물지 않고 기술되고 있는 현상 자체를 부분적으로 구성한다는 점이다. 언어는 실로 기본적인 사회제도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기본적이라는 뜻은 언어가 다른 사회적 제도의 존재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의미 외에도 언어적 요소는 말하자면, 그 자체로서 언어적인 것으로 확인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02 정치권력의 패러독스 : 정부와 폭력


① 모든 정치권력은 지위기능의 문제이며 따라서 모든 정치권력은 의무권력이다. ② 모든 정치권력은 지위기능의 문제이므로 모든 정치권력은, 위로부터 행사되지만, 아래로부터 나온다. ③ 개인은 집단 지향성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정치권력의 근원이 되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의 개인은 자신에게 아무 힘도 없다고 느낀다. ④ 정치적 지위기능체계가 작동할 수 있는 것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승인된 의무권력이 욕구 외적 행동 이유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정치권력의 핵심이 의무권력이라는 점이다. ⑤ 지금까지의 분석에 따르면 정치권력과 정치적 리더십은 분명히 다르다. ⑥ 정치권력은 지위기능의 문제이므로, 정치권력은 대부분 언어적을 성립된다. ⑦ 한 사회가 정치적 실재를 갖기 위해 필요한 특성이 몇 가지 더 있다. 첫째,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 간의 구분이 있으면서 정치는 공적 영역에 포함된다는 점, 둘째, 비폭력적인 집단 간 갈등이 존재한다는 점, 셋째, 그 갈등은 의무체계 내에서 공공재를 두고 발생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 등이다. 첫째, 정치개념을 위해서는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구별할 필요가 있는데 정치는 대표적인 공적 영역에서의 활동이다. 둘째, 정치의 개념에는 집단 간 갈등이라는 개념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집단가들이 정치적인 것은 아니다. 정치적 갈등의 핵심은 그것이 공공재를 둘러싼 갈등이라는 점이며 이들 공공재 중 다수는 의무권력을 포함한다. ⑧ 무장폭력에 대한 독점은 정부의 핵심 전제이다. 


03 2장의 결론


옮긴이의 말 

인간이 스스로를 특징짓는 것으로 여기는 경험적 특성, 예컨대 의식을 가지고 있고 자유롭게 의지를 발휘해서 행동을 결정하며 제도적이고 정치적인 실재를 구축하는 등에서 경험되는 특성을 '실재하는 현상'으로서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이들의 존재론은 주관적이고 일인칭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특성이 실재하는 현상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실체가 별개의 계가 아닌,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일부로서 존재해야 한다고 추정한다. 그렇지만, 물질(과 법칙)이 세상에 유일한 것이며 의식은 그것에 수반하는 현상임을 받아들이는 경우, 인과관계라는 오해는 벗더라도 의식의 지위는 여전히 그것의 수반 기초인 물질법칙에 귀속되게 된다. 공시적인 구성상태에 관한 것이건 통시적인 변화과정에 관한 것이건 이 모두는 애초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물질계의 속성일 뿐이라는 주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택의 여지 혹은 간극의 경험으로서 노정되는 '자유의지'는 어떻게 신경생물학적인 실재를 가질 수 있을까? 분석과정에서 저자는, 간극이 경험에서뿐만 아니라 행동의 이유를 설명하는 언어적 관례에도 내재해 있으며 이유설명의 논리 형식상 '자아'의 개념이 요구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저자에 의하면 자아는 의식적 작인과 의식적 합리성을 합친 것이다. 시간을 축으로 해서 선행상태나 후행상태를 전적으로 결정한다면 최초의 원인을 제외하고는 존재하는 어떤 것도 원인으로 개입할 여지를 갖지 못할 것이다. 의지작용을 주체가 원인이 되어 사물의 변화과정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이해한다면, 세계가 인과적으로 결정론적인 한 자유의지는 그저 감에 그치는 부수현상일 뿐이다. 그러나 자연과학이 드러내는 세계의 모습은 그 안에 운동과 변화와 확률이 있을지언정 전적으로 결정론적이거나 전적으로 임의적이지 않다. 정신이 물질 및 그 법칙의 산물이라고 해서 자유의지가 활동할 공간으로서의 자유도가 전적으로 배제될 이유는 없다. 양자적 임의성 자체가 자유의지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임의성은 적어도, 선행인자 없어 생겨나는 현상이 없다는 사실이 곧 궁극의 원인만이 유일한 의지자일 수 있음을 필함하는 것은 아닐 수 있도록 허용한다. 저자에 의하면 자유의지의 경험은 곧 '간극'의 경험이다. 그렇다면 간극의 본질은 무엇일까? 간극이 드러나는 상황을 저자는 '이유에 근거해서 의식적으로행동하고 또 그 행동이 그 이유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의식적으로 알고 있는 이상적인 경우'라고 여러 차례 확인하는데 이때 간극을 체험하는 주체는 다름 아닌 '의식적이고 합리적이며 반성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그리하여 책임까지 질 수 있는 하나의 동일한 실체'로서의 '자아'이다. 그런데 체험되는 간극의 폭과 강도는 '자아'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지에 따라 가변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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