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류학

[인도신화의 계보], 류경희, 살림, 2003, (150923).

바람과 술 2015. 9. 23. 21:14

힌두교와 힌두 신화의 특성...3


신화는 이야기의 한 형태이다. 하지만 소설이나 설화, 영웅담 같이 그 본래의 목적을 흥미에 두고 있는 이야기들과는 다르다. 또한 역사와 마찬가지로 과거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역사적인 사실을 기록한 것이라기보다는 의미의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종교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신화는 인간의 궁극적인 물음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힌두교에서 종파의 구분은 별다른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브라흐마, 비슈누, 쉬바, 여신 등 주요 신들이 근원적 실재의 여러 형태로 이해되고 있고 다른 많은 신들도 대부분 그 주요 신들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도에는 이들 다양한 신들에 관한 수많은 신화가 존재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신과 신화를 만들어내는 경향은 지속되어서 19세기에는 고대 모신 개념이 바라뜨마따(모신 인도)로 개념화되고 형상화되어 민족주의 운동의 상징으로 사용되었고 최근인 1960년에는 여신 산또쉬마따를 다룬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특히 북부 인도에서 산또쉬마따가 재부활하여 현재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다. 희랍 신화가 비교적 짧은 기간인 3, 4세기 동안 형성되어 호모 시대에 희랍 만신전의 결정적인 형태가 갖추어진 이후, 거의 변화를 겪지 않은 것에 견주어 볼 때 인도 신화는 긴 역사적 변천 과정에서도 지속적인 그들만의 생명력을 보여 주고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지속성은 힌두 신화가 다루는 기본 개념과 주제들, 예컨대 일원론적 관점, 순환적 시간관, 신과 악마 간의 투쟁, 사회적 의무인 다르마의 강조 등이 대체로 큰 변화 없이 근본 형태를 유지해 왔다는 사실에서도 발견된다. 따라서 언어, 종족, 종파, 지역에 따라 같은 신화가 매우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어 왔지만 근본적인 통일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라마야나>, <마하바라따>, <뿌라나> 등의 문헌들은 지금까지도 인도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힌두 신화의 보고로서 인도의 다양성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문화적 기능을 훌륭히 해왔다. 

 
흰두 신화의 주제들...9 

대표적인 것으로는 일원론적 관점, 순환적 시간관, 신 데바와 악마 아수라 간의 투쟁, 종교 사회적 의무이자 행동규범인 다르마의 강조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주제들은 힌두 신화에 담긴 인도인들의 세계관과 가치관을 이해하는 데 있어 핵심적이다. 


힌두 사상에 의하면, 하나의 근원적인 실재가 존재하는데 이 근원적인 실재는 속성과 형태를 지니지 않는 비인격적인 측면과 속성과 형태를 지니는 인격적 측면을 지니고 있고, 이 인격적 측면이 드러난 것이 구체적인 신이다. 즉 근원적 실재가 우주의 창조, 유지, 해체 기능을 담당하기 위해 자신의 인격적 측면을 창조의 기능을 담당하는 브라흐마, 우주의 유지를 담당하는 비슈누 그리고 우주의 해체를 담당하는 쉬바신으로 분화시켜 드러낸 것이 힌두교의 주요 삼신이다. 또 존재하는 모든 것, 즉 우주는 이 근원적 실재가 자신을 다양한 형상으로 드러낸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므로 신성은 인간을 포함한 자연의 모든 것들 속에 존재하며 신은 어떠한 형태로도 숭배되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 사상은 전통적으로 우주는 살아 있는 하나의 유기체이며 이 유기체는 일정한 질서체계에 의해 운행되고 있다고 인식해 왔다. 다르마는 자연과 사회 모두의 이면에 있는 이 질서체계를 지켜야 할 의무 및 행동규범을 의미한다. 이 다르마가 사회에 적용된 것이 바로 카스트 제도이다. 그래서 인도 전통에서 다르마는 좁게는 개인이 지켜야 할 종교·사회적 의무를 의미하고, 넓게는 사회와 우주의 유기적 질서를 유지시키는 의무를 의미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인도 문화가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는 해탈보다도 강조된다. 인도 신화는 또한 자연과 인간 섹가 동일 질서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인간과 자연의 삶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따라서 인간이 인위적으로 이 관계를 깨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선, 악의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이며 오히려 우주를 구성하는 상반되는 세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우주를 구성하는 서로 상반되는 세력에 대한 기능적인 구분이다.          

브라흐마 : 창조의 신...17 

업 사상의 핵심 원리는 모든 행위는 반드시 그 결과로 업보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자연법칙으로서의 업 이론에 따르면 개별 존재는 욕망으로 인해 쌓은 업의 결과로 존재하게 된다. 이 업 개념과 연관되는 또 하나의 주요 개념이 삼사라 곧 윤회이다. 이 사상은 업의 법칙에 따라 개인의 모든 행위는 반드시 그 결과를 낳는데 그러한 결과들이 현생에서 다 나타나는 것은 아니므로 모든 행위자는 그 결실의 내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윤회는 자신의 행위의 결과에 따라 인간은 수없이 많은 생애를 살게 된다는 이론이다. 결국 인도 사상에서 시간은 시작과 끝이 있는 것이 아니라 무한히 이어지는 지속적인 흐름으로 이해된다고 할 수 있다. 


사라스와띠 : 학문과 음악, 예술의 여신...24 

비슈누 : 유지와 보존의 신...29 

락슈미 : 부와 풍요의 여신...37 

비슈누의 아바따르 : 람과 끄리슈나...40 

쉬바 : 파괴와 재생의 신...54 

두르가와 깔리 : 독립적인 여신...63 

하누만 : 신에 대한 헌신적 봉헌의 표상...71 

가네샤 : 장애를 제거하는 신...77 

강가 : 인도 문학의 상징, 강의 여신...83 

인도에는 지금까지 다룬 주요 신들보다 중요성이 덜하지만 그러나 중요한 신들이 수를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다. 모든 마을에는 마을의 지방신이나 여신들이 있다. 이들 지역신들 이외에도 많은 반신과 정령들이 있다. 또한 힌두교도들은 자연을 신이 드러난 모습이거나 신들이 거차하는 곳으로 인식하여 신성시해 왔다. 그래서 힌두교도들의 숭배 대상은 신들과 반신들에 국한되지 않고 동식물, 자연물 등이 신격화되기도 한다.


인도 아대륙에 있는 강들 가운데 일곱 개의 강이 신성시되는데, 특히 강가는 가장 신성시되며 인도인들의 깊은 사랑을 받아 왔다. 인도인들에게 강가는 천상에서 유래된 성스러운 물줄기일 뿐만 아니라 인도인들의 심섬을 형성시키고 있는 문화적 흐름, 즉 인도의 영원한 유산이자 움직이는 역사이다. 그들에게 강가는 신비하고 고요하며 모든 것을 받아들여 용해시키는 인도 문화의 특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상징물이다. 


살아 있는 신화의 보고 인도 신화...90


신화적 이야기와 그것에 대한 믿음은 단순히 상상의 산물이거나 허구일 수도 있다. 그리고 사실과 실제의 문제는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또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신화적 상상과 그것에 대한 믿음과 행위를 통해 이루어지는 삶의 모습 그리고 그러한 삶이 내포하는 의미와 기능의 문제이다. 모름지기 종교란 초월에의 지향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것 역시 실제로 존재하는 하나의 사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