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헤드스페이스], 폴 키드웰, 김성환, 파우제, 2017, (180901).

바람과 술 2018. 9. 1. 09:54

프롤로그 도시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

무릇 도시란 자극적이고 창의적이며 영감을 주는 곳이라 할 수 있다. 18세기 시인 사무엘 존슨도 '런던에 질린 사람은 삶에 질린 사람'이라 말하지 않았던가.


미국 세인트루이스 시에 건설된 프루이트 아이고 아파트 단지, 런던 북구에 위치한 메이든 레인 개발 단지, 건축가들이 건물에 실제 거주하게 될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 결과, 거주자들이 공간에 대해 아무런 주인의식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건축은 사람을 중심에 놓을 수 있고, 실제 그래야만 한다.  


1장. 다시, 집을 생각하다

사적 공간인 집의 개방성에 대하여

우리가 안식처에서 밖을 훤히 내다보고 싶어 하는 이유는, 원시 시대의 환경에 뿌리를 둔 두 가지 욕구 때문이다. 첫째, 우리에게는 다가오는 위협을 확인하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구가 있다. 둘째 우리는 전망을 확보하여 식량이나 물 같은 자원들을 찾고 날씨가 어떤지 확인하기도 한다. 이 두 가지 본능적 욕구들은 서로 균형을 이룬다. 


좋은 공간은 인간의 본능을 자극한다

건물 입면의 복합성의 네 가지 주된 요소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째, 인지된 복합성은 구분 가능한 특성들의 개수에 따라 증대된다. 둘째, 참신한 요소는(건축에서 말하는 ‘참신함’은 독창성, 상이성, 경이로움, 예측 불가능성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복합성을 증대시킨다. 셋째, 복합성은 건축의 작은 부분 요소들을 얼마나 의미 있는 방식으로 결합할 수 있는지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넷째, 복합성은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외관의 다양성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사람들은 어느 정도 관심을 기울여야만 이해할 수 있는 건물 입면들을 선호한다.


혼돈 속에도 질서는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복잡한 패턴을 이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과정을 본능적으로 동원한다.


① 형체와 배경의 구분 : 어떤 광경을 보든 간에, 사람들은 가까이 있는 대상과 멀리 있는 대상을 구분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노력한다.

② 근접성 인식 : 풍경 속에 있는 특정 사물들이 서로 가까이 있을 때, 전체 풍경을 이해할 때까지 그 사물들을 하나로 묶어두는 경향이 있다.

③ 연속성 추구 : 혼돈 속에서 일정한 패턴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인간의 뇌는 사물들이 그 패턴 속에서 하나의 연속체를 형성한다고 간주한다. 각각의 사물들이 실제로는 서로 독립되어 있더라도 말이다.

④ 완결성 추구 : 사람들은 미완성 상태의 형태 속에서 완결된 하나의 전체(게슈탈트)를 보려는 경향이 있다. 빠진 요소들을 메워 놓는 것이다.

⑤ 유사성 인식 : 비슷한 사물들을 하나로 묶는다. 즉 자연스럽게 사물을 분류한다. 


집 안에 자연의 색을 담다

2장. 집은 또 다른 나다

집의 감정적 가치에 관해 직접 조사해본 적이 있는데 그 결과,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소유물을 축적하거나 수년에 걸쳐 어려 기념물(정체성의 표시와 같은)을 모으는 행위들이 집에 대한 애착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감정적 애착을 형성하는 결정 인자를 중요도 순으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 집을 꾸미기 위해 들인 수많은 노력

▪ 사랑하는 사람(배우자나 자녀, 친구들)과 보낸 행복한 시간들

▪ 개인적 소유물

▪ 여러 가지 기념물

▪ 지역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


집에 인생의 흔적이 묻는다

따로 또 같이 사는 법

성격이 집의 모습을 그린다

2000년대 초반 사회심리학자 샘 고슬링이 한 연구의 주된 목적은 과학적 척도로 측정된 성격과 생활 공간의 특성 사이의 연결 고리를 탐색하는 것이었다. 그가 발견한 연구 결과는 성격의 일부 요소가 특정 상황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드러내주었다.


① 친화성 :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합하도록 자신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정도

② 외향성과 내향성 :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는 정도

③ 개방성 : 차이를 포용하고 받아들이는 정도(창의성과 연관됨)

④ 정서적 안정성 : 불안과 우울감을 견디고 상처를 빨리 극복하는 정도(신경증 성향과 연관됨)

⑤ 성실성 : 과정을 즐기면서 최선을 다해 일을 완성해내는 정도(이 척도로 완벽주의와 강박 성향을 포착해낼 수 있음)


융의 작업을 기반으로 하는 마이어스-브릭스 성격 테스트는 다음의 네 가지 이분법적 선택지를 통해 검사자의 성격을 평가한다.


① 외향성 대 내향성

- 외향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을 추구하는 반면, 내향적인 사람들은 고독과 고요한 성찰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경향이 있다.

② 감각 대 직관

- 감각적 성격의 특징은 합리적 선택을 돕는 구체적 정보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직관적 성격은 추상적 개념에 대해 더 개방적인 경향이 있다.

③ 생각(사고) 대 느낌

- 생각형 성격은 자신의 감정에 대해 무심하고, 매우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의사결정에 접근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고방식이 항상 견실한 것만은 아니다. 느낌형 성격은 관심의 초점을 사람에게 두면서 감정을 이입하는 경향이 있다.

④ 판단 대 인식

- 판단형 성격은 상황이 안정적이고 유지되고 해결되는 것을 좋아한다. 반면 인식형 성격은 모호한 상태에서 살아가는 것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  


좋은 집은 사는 이와 공명한다

3장. 이웃 환경의 심리학

좋은 거리에 좋은 사람들이 모인다

미국계 캐나다인인 저널리스트 제인 제이콥스는 현지 조사와 연구를 통해 거리 환경에 필요한 다음의 요소들을 식별해냈다.


① 용도의 복합성

- 거리는 다양한 기능에 봉사해야 한다. 거리는 사람들로 하여금 서로 다른 시간에 오고 가도록 하고, 거리의 활력을 지켜나가도록 해야 하며, ‘거리에 대한 감시’를 유지하면서도 공공장소에서 함께 모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활력있는 거리는 고급 상점과 기본 물품점, 카페, 술집, 창고, 식당, 전시관 등의 복합체를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거리는 형식과 기능의 복합체여야 하는 것이다. 거리는 고급 문화를 제공함과 동시에 사람들에게 생활필수품도 공급해주어야 한다. 거리는 육교나 골목으로 사람들을 분리시키는 대신, 같은 길을 걸으면서 서로 섞여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② 작은 규모의 블록

- 블록(도로로 나뉘는 구역)의 단위는 되도록 짧아야 한다. 그럼으로써 사람들이 코너를 도는 상황이 자주 일어나야 한다. 사람들이 움직이는 다양한 동선의 흐름은 서로 접촉할 가능성을 높이도록 인간적인 규모에서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③ 오래된 건축들

- 경제적 이유 때문에라도 낡은 건물을 허무는 일을 반대해야 한다. 새 건물에 들어가는 건설 비용 때문에, 일반 거주자나 소규모 사업자가 지불할 수 없는 정도까지 임대비가 치솟기 때문이다. 오래된 건물을 낡았을지라도 수익을 낼 수 있으며, 이웃 환경의 활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영세 사업가와 예술가, 젊은 사람들을 머물게 한다.

④ 최소화된 집중도

- 거리 인근에 사는 사람들의 수가 충분하지 않다면 그 마을은 번영할 수 없다. 간격이 넓은 고층 주거지로 거주민들을 옮겨놓거나 고속도로로 공동체를 갈라놓으면 거리는 죽을 수밖에 없다. 


모두의 공간은 보호되어야 한다

주거 단지를 설계할 때 건축가와 도시계획가들이 고려해야 할 네 가지 규칙을 요약해서 제시하기도 했다.


① 무작정 개방된 공용 공간을 제공하기보다 정원, 뜰, 발코니처럼 개인 영역을 포함해 제공하는 편이 더 낫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보호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② 거주자들의 시선이 쉽게 가닿지 않는 공간들은 피해야 한다.

③ 거주 블록의 외양은 안전하고 관리가 잘 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 이 ‘안전한 이미지’가 침입자들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④ 적절한 감시가 이뤄지는 주변 영역(도로나 거리 등)으로 안전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장소에 마음과 정신을 심는다

장소를 장소답게 만드는 것은 건축가가 아니다. 하나의 주거 프로젝트에 복합적인 건축 양식을 가미한다 해도, 그 복합성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진정한 다양성과 연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공동체가 주인이 되어야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훌륭한 이웃 환경은 사회적 자산(이웃 간의 유대감)과 문화적 자산(창의적 잠재력을 지닌 개인들), 주인의식, 지역 역사에 대한 흥미 등에 기반을 두고 형성된다. 사람들이 저마다 이웃 환경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진다는 것은 단어가 가진 의미 그 이상을 함축한다.   


4장. 하늘에 닿는 도시 공간

땅에서 멀어지는 도시생활자

비구조적 스트레스 인지란 건물의 실제 구조와 연관되어 있지는 않지만, 앞서 이미 언급한 일부 사회적․심리학적 요인에 포함되는 요소들을 말한다. 이 요소들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주요 범주로 분류될 수 있다.


① 위험에 대한 인식

- 많은 거주자들이 지진이나 화재 때문에 죽거나 창문과 발코니 밖으로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이런 두려움은 일시적 거주자와 자기 의사와 상관없이 고층에 살게 된 거주자로만 국한되는 경향이 있다.

② 고층 환경의 영향을 받은 사회적 연결망의 부재

- 복도가 안전하지 않다고 인식될 경우 사회적 연결망이 줄어든다. 지리적 격리 또한 범죄와 익명성에 대한 두려움을 촉발하는 한 요인이다.

③ 과밀화

- ‘이중 부하가 걸리는(반대편에 있는 두 블록의 거주자들이 함께 사용하는)’ 좁은 복도와 휴게실은 반사회적 행동을 촉발할 수 있다. 한 층에 포함된 교차 공간이나 교차로 많을수록 사회적 교류 또한 증대되지만, 고층 건물에는 이 둘 모두가 결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고층 건물을 고민하다

건축가이지 심리학자인 로베르타 펠드먼은 시카고와 덴버 지역의 거주자들을 인터뷰한 끝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음 세 유형 중 하나에 속한다는 점을 발견해냈다.


① 도심 거주자 : 다양하고 활기찬 공동체를 최우선 가치로 꼽는 선도적 도시인으로 스스로를 규정한다.

② 교외 거주자 : 프라이버시, 안정감, 자연에 대한 근접성 같은 가치들을 중시한다.

③ 전원 거주자 : 단순한 생활 방식을 가치 있게 여긴다. 


5장. 도시에서 놀다

아이들이 자라는 공간

놀이를 위한 최상의 환경이란 과연 어떤 곳일까? 간단히 말하자면, 가장 놀기 좋은 환경은 시각적 흥미 요인이 풍부한 장소이다. 제인 제이콥스는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에서 도시에 사는 아이들의 자연적 욕구를 채워주기 위한 몇 가지 기본 원칙을 제시한 바 있는데, 이 원칙들 중 상당수는 연구를 통해 뒷받침되어 있다. 그 원칙들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과 연관되어 있다.


① 아이들 스스로 접근할 수 있는 학교, 도서관, 기타 공공서비스 시설

② 다른 시대에 지어진 건축들

③ 탐험할 수 있는 복잡하고 자연 상태에 가까운 환경의 공공 용지

④ 조용한 도로 옆에 있는 넓은 인도

⑤ 놀이터와 운동 경기장

⑥ 초목 지대와 야생 동물

⑦ 다양한 행사와 공연을 위한 부지 


도시, 자연을 품다

즐거운 놀이 공간의 법칙

개인공간은 크게 네 개의 영역으로 구분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그 영역을 친밀한 거리(45cm 이하), 개인적 거리(45cm~1.2m), 사회적 거리(1.2~3.6m), 공적 거리(3.6~7.6m)로 분류한다. 


6장. 일을 즐길 수 있는 곳

열린 공간의 힘

자존감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7장. 회복의 공간에 대한 고찰

건강한 공간은 사람을 치유한다

나무 풍경을 즐긴 환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밝혀졌다.


① 수술 후 병원에 머무는 기간이 줄어듦

② 회복 과정이 더 순조로움

③ 진통제 사용이 감소됨

④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이 소폭 감소됨


삶의 끝자락에 머무는 공간

쾌적한 호스피스 시설을 위한 주요 원칙들은 다음과 같다.


① 친밀한 개인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② 규격화된 디자인은 피한다

③ 사용자의 일상과 조화되는 공간을 제공한다

④ 사교 활동을 하기 쉽도록 만든다

⑤ 손쉽게 프라이버시를 확보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⑥ 일반인에게도 공간을 개방한다

⑦ 가족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다

⑧ 자연과 건물을 통합시킨다

⑨ 안전한 느낌이 들도록 만든다


에필로그 영혼을 위한 도시

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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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