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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의민주주의와 시민성 - 박승관.

바람과 술 2019. 11. 18. 21:17

'숙의'의 개념


숙의민주주의는 공공사안들에 관한 토론과정에 시민들의 자유롭고 평등하고 열린 참여를 실현시킴으로써 민주주의의 수준을 진전시키려는 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다. 숙의민주주의 이론가들은 쟁점으로 떠오르는 공공의제에 관한 토론 과정에 공중의 자유롭고 평등한 참여를 실현함으로써 고품질의 여론을 형성하고, 그들의 의사결정 과정을 질적으로 보다 성숙·심화시킬 수 있으며, 그럼으로써 자유민주주의의 기초를 강화해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공적 숙의의 두 차원 : 개인성과 시민성


근대성의 본질로서의 개인성이 과연 숙의와 어떠한 이론적 연관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인가? 이와 같은 질문과 관련 근대 철학자들은 인간이 자신이 가진 자유와 이성을 활용하고 실천함으로써 근대적 개인으로 재탄생할 수 있는 한 가지 중대한 메커니즘을 제시한바 있다. 그 메커니즘은 바로 숙의였다.


가령 칸트는 계몽과 진보에 대한 인간 이성의 기여는 자유로운 '공적 토론', 즉 숙의 과정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고 간주하였다. 그는 인간 이성의 활용과 그것을 통한 개인성의 계발 가능성이 공적 토론이 제공해 주는 교육적 효과에 의해 비로소 실현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밀 역시 인간이 자기 자신의 주관적 의견을 형성함으로써 개인성을 계발해 나가는 근대적 프로젝트의 실현 여부는 연속적인 '토론' 과정, 즉 숙의에 의존한다고 설명하였다. 그는 근대적 개인은 "자신의 실수를 토톤과 경험을 통해 교정해나갈 수 있다. 그러나 경험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반드시 토론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심층적 숙의의 중요성을 인정하였다.


근대 철학은 숙의를 개인과 계몽과 진보를 낳는 토대이자 자양으로 간주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숙의가 민주주의 진전을 위해 공헌할 수 있는 다른 하나의 잠재력은 바로 '시민성' 계발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칸트의 계몽 프로그램을 전통과 사회의 전제로부터 개인을 구원해 내고자 하는 개인 중심적 기획으로 축소해석해서는 안된다. 그의 계몽 프로그램은 인간 이성의 수준을 사적인 것으로부터 공적인 것으로 격상시킴으로써 보편적 시민성을 실현하려는 실천적 기획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었다. 즉, 칸트의 계몽개념은 인간 이성의 공적 활용을 통해 인간의 인지체계가 확장되고 사고와 행동상의 착오가 시정되며, 궁극적으로는 인간정신의 보다 진전된 자유를 획득해 나가는 성숙의 과정을 지칭하고 있다. 


공동체적 공간으로서의 '공적 영역'은 시민성 발현에 의해서만 성립될 수 있다. 근대성은 개인성의 발현 공간으로서의 '사적 영역'의 진화에 공헌했던 만큼, 이와 동일하게 시민성의 성립에 바탕을 둔 공적 영역의 태동을 촉진시켰다. 


결론


숙의민주주의는 사회성원들의 개별성, 집단적 관점에서 그들의 개인성과 시민성의 수준에 의존하면서 이들 2가지 차원 안에서 발생하는 과정이며, 그 결과로서 이들 인간성의 두 차원을 계발, 고양시키는 문제에 복합적이며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숙의민주주의의 기본적 목표는 생물학적으로 새로 탄생한 인간을 '개인'과 '시민'으로 계몽, 교육, 변형시키고 재탄생시키는 절차 또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