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공간 침입자], 너멀 퓨어, 김미덕, 현실문화, 2017, (220201)

바람과 술 2022. 2. 1. 03:50

1장 서론 : 소수자들이 제도에 진입할 때 … 7

 

여성과 인종화된 소수자는 어떤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존재로서, 이들 존재가 '공간 침입자'임을 알 수 있는 일련의 과정이 있다. 이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려면 '인종'과 젠더 간 차이를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쪽에 타당한 분석이라 해서 다른 쪽에도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직업 간 차이 역시 동질화되어서도 하나로 합쳐져서도 안 된다. 직업 간의 차이들에는 끝없이 변화하는 분석 틀의 여지가 존재한다. 제도 전역에 걸쳐 있는 '공간 침입자들'은 각기 다른 양태로 나타나는 그 과정들을 직면한다. 각각의 집합체는 보편적 신체규범이 어떤 힘으로서, 여성과 인종화된 소수자를 내부자이면서도 외부자인 자리, 수사적으로 말해 다양한 수준의 '공간 침입자'라는 불안한 자리에 두는 데 끼치는 영향력을 가리킨다.

 

백인과 남성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는 권력 위계에서 '인종'이나 젠더를 기준으로 다소 이질적인 신체들을 통계적으로 관찰한다고 해서, 그들 현전의 모순적 상황이 드러나거나 그들이 백인만의 집단이나 남성만의 집단에서 수용되는 방식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방법은 특정 유형의 신체를 위해 미리 자리를 마련해둔 조직과 엘리트 계층에서 그들이 공존하는 복잡성을 살피지 못한다. 오히려 공존의 조건을 사유해야 한다. 그래야만 덜 분명하면서도 더 교묘한 배제가 특정 신체규범을 위해 암암리에 특권적 자리를 마련하는 방식에 따라 제도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 

 

특권적 지위에 있는 특수한 외부자들을 살피면서 어떤 집단이 주변부라고 논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교차성 이야기는 필수사항이 되었지만 외부자가 어떻게 외부자인 동시에 내부자가 되는가에 대한 논의는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2장 남성과 제국에 대하여 … 31

 

비천한 이가 등장하면 공적 공간을 자임하는 남성들의 권리 주장의 허약성, 가장 명확하게 신체정치가 동요한다. 다시 말해 합리성·이성·문화·토론이 초월하려던 것 - 여성적인 것(자연·감정·신체) - 의 출현은 불안감을 야기한다. 신체정치 정체성의 안정감은 여성/사적인 것과 정반대로 정의하고 그것을 재현으로 보는 일련의 대항적 이분법들(경계들)을 통해 이뤄진다. 역사적으로 정치적인 것/공적 영역은 "여성과 여성이 상징하는 모든 것의 배제를 통해 구축되었다". 따라서 신체적인 존재인 여성의 출현은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구분을 완전히 없애지는 않더라도 그것을 뒤흔든다.   

 

여성 신체는 이성의 장소와 반대되는 것으로써 공적 영역에서 쫓겨난 대신 또 다른 차원에서 국가 비유에 흔히 등장한다. 여성 이미지는 국가의 상징적 대표로서, 예컨대 기념비, 화폐, 국가, 전함에 나타난다. 여성은 소위 말하는 정치 지도력의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특징을 결여한다고 간주되지만, 여성 신체는 국가 영토의 미덕을 담는다. 여성은 국가와 조금 다른 관계를 맺고 이는 시민적인 것과 가족적인 것,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 자연과 이성의 분리와 연관된다. 여성은 가족과 자연의 상으로서 시민 영역의 자리에 놓인다.

 

국가 상징으로서의 여성 신체 활용은 제국과 식민지 간의 구별로 변형되었다. 제국의 형제애는 자연으로서의 '여성'이라는 국가적 범주와 연결되어 개념화되었다. 제국의 여성을 자연 상태에 있는 '타자' 여성과 차별화하는 문화/자연, 고상함/이국적임이라는 이분법은 패권적 여성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특징이다. 

 

3장 부조화한 신체 … 59

 

특권화된 직업 공간에서 여성과 인종화된 소수자의출현이 초래하는 불화는 충격과 놀라움을 불러온다. 그들의 출현은 당혹스러움과 공포를 야기하며 그들이 야기하는 위협은 그들 존재를 과장하게 만든다. 그들은 '공간 침입자'로서 조직의 잠재적인 공포이며 단순히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의심과 감시를 받는 너무나도 눈에 띄는 신체이다. 

 

4장 (비)가시적인 보편적 신체 … 99

 

감시가 인종화된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성공을 원하는 데에도 인종화된 이유가 있다. 여성과 인종화된 소수자는 자신이 불안정한 상황에 놓인다는 사실, 아주 작은 실수조차 무능력의 증거로 간주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이른바 '대표성에 대한 부담감'을 짊어진다. 그들은 그 자체로 표가 나고 가시적인 그들 집단의 능력을 대표한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누가 보편을 대표할 수 있는가는, 지금까지 지배적으로 그러했듯이, 국가와 근대성의 배후에서 정의되어왔다. 우리는 '일반의지'나 '공공선'을 간직한 장소로서 신격화된 제도적 대표제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 이익의 담지자이자 매개자로서 백인을 상상한다. 국가 이익을 맡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규정되는 이, 모든 인간의 이익을 대표하는 지점에 다다를 수 있는 열정적 추론 능력을 지녔다고 간주되는 이가 바로 백인이다. 정반대로 흑인은 그 자체로 인류의 대표자로 인식되지 않는다. 그들은 인종의 가시적인 담지자로서 항상 인종 때문에 표가 나고 인종으로 제한된다. 다양한 인종 배경을 가진 유권자 집단을 대표할지라도 흑인 의원들은 흑인만을 대표한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그들이 공적 영역에서 행하는 모든 것은 인종 정체성으로 환원된다. 

 

흑인 의원은 누구를 대표하는가라는 문제뿐만 아니라 무엇을 대표하는가라는 문제에서도 인종적 특수성이 두르러진다. 그들의 주요 관심사가 인종일 것이라고 전제된다. 

 

5장 수행적 의례 : 여성처럼 입고, 남성처럼 행동하라 … 137

 

역사적으로 젠더/직업 각본서 결합된 까닭에 지도력의 '핵심' 자질은 '관행적으로' 남성의 것으로 여겨진다. 직무 능력이 없다고 '관행적으로' 예측된 신체에게는 필요조건을 갖췄다고 증명하려는 투쟁이 있다. 여성들은 '관행적으로' 남성의 것이라 간주되는 영역에 있을 때 의심/대표성의 부담을 더 강하게 느낀다. 

 

여성/의원 각본이 부재하다고 해서 여성의원이 스스로 새 각본을 완전히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젠더화된 사회 관습의 틀에서 각본을 새로 짜야 하는데, 이는 여성들이 이성적·탈육화된 계몽과의 관계적 정의에서 반대되는 것, 열등한 것으로 재현될 때 문제가 된다. 보편주의라는 위장은 구체적으로 남성 이미지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여성들이 이에 참여하려 할 때 엄청난 저항에 부딪힌다. 

 

6장 제국의/합법적 언어 … 185

 

7장 내부자 되기 … 207

 

8장 나가며 … 241

감사의 말 … 264

 

역자 해제 : 자본주의 가부장제에서 수용되는 소수자들에 대한 단상 … 266

 

첫째, 이 책의 출발점은 신체규범의 중요성이다. 인종차별이난 성차벼이라는 용어에서 바로 드러나면서도, 자유주의 담론에서 억압되고 왜곡된 개념 중 하나이다. 서구, 백인, 중산 계층, 남성이 표준으로서 그들에게서 신체가 탈각되고 이성의 자리를 차지하는 비가시성의 특권과 능력주의/전문주의의 허상을 바로 지적한다. 

 

둘째, 이 책은 차별의 프리즘이 아니라 특권의 프리즘을 통해 사회 역학을 살핀다. 주변부 사회그룹에 전제된 차별·배제·억울함·억압 등이 아니라 중립성과 보편을 가장한 그들의 주관성, 특권을 잃을 것에 대한 공포, 자신과 동등한 능력을 가졌거나 더 뛰어난 소수자들에 대한 두려움, 그들에 대한 감시와 동화의 압박, 관용적 다문화주의 등이 전개된다. 이런 작업은 그동안의 소수자 및 인권 담론의 인식의 틀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회의 재구성 그동안의 소수자 및 인권 담론의 인식의 틀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회의 재구성은 배제뿐만이 아니라 특권의 다양한 형태를 체계적으로 인식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셋째, 저자가 강조하듯이, 내부자이면서 외부자인 공간 침입자들에 대한 연구는 지극히 드물다. 이 책은 소수자들의 고위직으로의 진입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진입된 이후 겪는 어려움에도 당연히 주목한다. 자기 말소의 위험, 어린애쯤으로 취급당하기, 소수자 정체성이라는 대표성의 부담, 주시 받는 중압감, 일을 잘 해내야 한다는 강박 등이다. 제아무리 큰 실수도 아무 일 없이 빠져나가는 이들과 아무리 사소한 실수라도 트집이 잡히는 이들의 역학이 나와 있다. 

 

넷째, 공간 침입자의 존재론적 공모도 눈에 뛴다. 비록 그들이 어떤 소수자일지라도 제도에 포섭될만한 기득권이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 부분도 저항과 소수자 담론에서 뿌리 깊게 침묵되는 부분이다. 일단 소수자라는 지위나 정체성이 전체 사회에서 주변부적이기 때문에, 도덕적 정당성을 반대급부로 지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이지만 백인인 경우가 흑은 여성보다 수용이 수월하고 이때 중/상 계층 출신의 경우면 더욱 수월해진다. 더 나아가 여성의 경우는 가부장제가 허용하는 본질화된 여성성, 섹슈얼리티를 갖춘 경우, 흑인은 제국의 언어를 말할수 있는 교양 부분을 설명한다. 결국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여러 영역에서 일관적인 제도적 풍광, 즉 그것을 재생산하는 한결같은 결·성격·의례를 실천하는 인물들을 일상에서 목격하게 된다.

 

다섯째, 저자의 주장과 다른 의견을 가진 부분이 있다. 저자가 부르디외의 이론을 수용한 부분이다. 저자는 "어떻게 소수자들이 고위직에 올랐는가"라는 질문에서, 한 흑인 공무원이 '부드러운 것'이라는 표현한 것을 부르디외의 하비투스 개념과 공명한다면서 실천 감각, 물속의 물고기 등을 중심으로 기술한다. 나는 이 지점에서 그러한 하비투스의 존재론적 특징이 정말 무엇인가를 다시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그 실체는 인종주의 및 젠더위계를 바탕으로 한 남성들만의 후원주의, 스폰서 효과, 아부와 공격의 동시적 의례, 상명하복, 층화된 포섭, 수용되기 위한 소수자들의 여성성의 전시 및 제국의 언어 말하기 등이다. 

 

참고문헌 … 270

 

색인 … 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