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 박모, 1997, (220629)

바람과 술 2022. 6. 29. 09:05

역자서문

 

001. 미술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자신과 세계에 대해 아는 것은 모두 역사를 통해 형성되었다. 이러한 특정 시간과 장소를 벗어나 어떤 사물이 자연스럽게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무엇을 보고, 느끼고, 만지고, 생각하고, 기억하고, 창조하고, 발명하고 꿈꾸든지 간에 우리는 문화적 상징과 언어를 사용해야만 한다. 이 '언어들' 중에서 특히 눈에 잘 띄고 우월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미술이다. 

 

'미술'은 근대 - 지난 200년 간 - 의 발명품이다. 근대 이전의 사람들이 생산한 뛰어난 건물들과 물품들은 우리가 문화에 의해 '차용'되어 미술로 변형된 것이다. 우리가 아는 미술은 상대적으로 최근에 나타난 현상으로, 미술관에 전시되고, 박물관에 보존되며, 수집가들이 구매하고, 대중매체 내에서 복제되는 그 무엇이다. 미술가가 미술작품을 창조한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서는 아무런 소용이나 가치가 없다. 그러나 이 미술작품들은 미술의 여러 제도들(화랑이나 미술사, 미술 출판, 박물관 등등) 내로 순환하면서 비로소 현대세계의 다른 어느 것보다도 상대적으로 깊은 의미와 중요성을 획득하고 그 가치가 증폭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결국 다양한 제도들에 의해 형성되고 정의된다. 제도는 사물들에게 그 경계와 관행을 설정해 준다. 이는 액자들이 그 안에 있는 것을 회화로 보게 만들고, 좌대가 그 위에 있는 것을 조각으로 보게 만드는 것과 같다. 

 

뒤샹은 아프리카 제례용품들을 소위 '원시'미술이라 부르는 20세기 초 우리 문화의 미학적 인식을 예로 들어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언급하였다. "종교적 물건들에 '미술'이란 이름을 붙인 것은 우리들이며 실상 그러한 단어는 원시인들에게 존재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다만 우리 자신의 만족감을 위해 이 개념을 창조했으며, 사실상 우리 자신만의 용도를 위해 이를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다." 이데올로기는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항상 유동적이며, 특정한 역사적 순간에 의해 형성된다. 효과적인 이데올로기는 쉽게 받아들여지고, 도전받지 않는다. 

 

18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우리가 지금 미술이라 부르는 것들은 모두 일상생활(인간과 세계의 관계에서 파생된 그 무엇으로서의 예술을 말한다)의 맥락 속에 자리잡고 있었다. 역설적인 결과이지만, 이해하기 어렵다는 현대미술도 그 원래, 의도에서는 미술과 일상의 간극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 많았다. 미켈란젤로의 시스틴 프레스코화의 역할과 창작 동기는 오늘날 우리가 미술이라고 부르는 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우리가 이해하는 미술은 그 작품에 대해 절대적 권위를 가진 미술가에 의해 창조된다. 그러나 미켈란젤로는 애초에 이 프레스코화들을 그리고 싶어하지 않았으나 그의 후원자인 율리우스 2세가 이를 그리도록 명령했다. 현대의 미술은 교황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 자신이 스스로 만들고자 하여 창작되는 것이다. 미술작품의 제작에 따른 통찰적 시각과 권위는 외부의 정치적, 종교적 주인이 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002. 미술과 근대적 주체

 

미술은 유럽 군주제의 권위가 해체되기 시작하던 18세기말에서야 그 존재가 확실해졌다. 미술은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내에서 주체라는 것이 어떤 조건을 전제로 하는지를 가시화한다. 오늘날의 미술은 이러한 근대적 주체가 갖는 이 권리들의 표상이다. 근대에서 시각문화는 인간을 초월하는 권능에서 유래하는 제의나 신화의 신비를 구현하지 않는다. 근대미술에서 원작에 대한 숭배가 태동한 시기 역시 사진술이 완성된 1839년부터라는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즉 사진술이 발명될 당시에 유일하고 독창적인 미술작품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었다. 

 

003. 미술이라는 용어

 

우리가 현재 이해하고 있는 예술(art)이라는 용어는 18세기에 그 근대적 의미, 즉 천재적 개인의 독창적인 산물이라는 의미를 지니기 시작했다. 이 창작물은 일상생활과는 동떨어진, 기본적으로 미적 아름다움을 지닌 물체이다 전적인 정치 선전물도 아니며, 종교적인 또는 신성한 대상도 아니며, 미술이나 공예도 아닌, 이렇게 예술이라 불린 것은 근대에 이르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서서히 과학과 같은 이상적 활동이 아니라 상상력의 소신이라는 관념이 싹트기 시작한다. 순수미술의 영역과 그 용어가 확립된 것은 미술이 인간과 세계와의 관계에서 파생된 그 어떤 것으로서가 아니라 자율적인 영역으로서 절대화되기 시작했음을 말한다. 

 

004. 미학 : 예술의 이론

 

예술적 이론적 짝인 미학도 18세기말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칸트에 의하면 순수한 아름다움은 자연과 예술에서 찾을 수 있다. 자연은 신에 의해 창조된 아름다움이고 인간에 의해 창조된 아름다움이 예술이다.예술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천재성을 부여받아야 했고 예술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취미가 있어야 했다. 취미는 계층을 구분하고, 구분한 자를 구분시킨다. 이 경우 예술은 지식에서 분리되었다. 취미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것이며, 생산되는 것이다. 고상한 취미를 가지고 순수미술을 감상할 줄 아는 것은 자신을 부각시키는 수단이며, 감상자가 어떤 사회적 계급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005. 미술창작이라는 특권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능력 - 성취하고, 지배하고, 발명하고, 창조하는 능력 - 은 자신이 그렇게 할 권리가 있다는 개인적 믿음을 기반으로 한다. 남녀 누구든지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하며, 더 중요한 것은 성취와 권력의 영역에 대한 접근 자체가 가능해야 한다. 

 

006. 아카데미

 

007. 박물관

 

우리는 현대라는, 우리의 제도와 자신에 대한 개념, 심지어 주변 사물들을 정리하는 방식까지 결정짓는 특정한, 그러나 항시 변하는 사회질서 내에 살고 있는 것이다. 

 

008. 미술사와 모더니즘의 발전

 

009. 아방가르드와 대중문화,대중매체의 창조

 

20세기의 대중문화는 국제적인 것이 되었고 항상 변화에 민감하여 확장되는 시장과 관중에 의해 새로운 제품을 끊임없이 제공한다. 현대미술에서 '독창성'이 중요한 기준이 되었던 것처럼 이제는 '새로움'이 대중문화에서 찬양받게 되었다. 오늘날 대중문화는 자생적인 민속문화와는 달리 민중을 대신한 전문가 집단이 생산해낸다. 오늘날의 문화를 양적으로 지배하는 것은 순수예술이 아니라 사진, 영화, 라디오, TV, 비디오, 신문, 광고, 만화, 잡지, 음반 등이 대중매체이다.

 

꼴라주는 서구회화의 전통에 중대한 전환점을 가져왔다. 유화 물감과 캔버스의 유기적 통합성은 대량생산된 재료의 활용과 도입으로 제동이 걸렸으며 순수회화의 성역은 파괴되었다. 이는 우선, 자율적이고 심미화된 회화와 대중문화 사이의 경계를 허물었고, 두 번째로는, 창의성에 대한 미술가의 자율적이고 절대적인 관계에 모순이 드러나게 하였다.  

 

010. 오늘날의 미술과 문화

 

모든 것이 문화에 의해 형성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우리가 우리의 현실을 창조한다는 것도 쉽게 인정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이에 기여하고 또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우리 자신과 세계를 보는 방식일 뿐 아니라, 살아가는 데 있어서 우리가 주체가 되는 강력한 방식이기도 하다.